잡지에서 읽은 시

묻힌 얼굴/ 김경성

검지 정숙자 2020. 8. 16. 12:00

 

 

    묻힌 얼굴

 

    김경성

 

 

  무릎에 얼굴을 묻고 생각에 잠기다 보면

  눈물이 날 적 있다,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

  그런 사소한 슬픔까지도

  무릎이 다 받아내 준다

 

  어떤 슬픔이 있어서 그렇게 오랫동안 흙 속에 얼굴을 묻고 있었을까

 

  새들은 날고 거북이는 걸어가고 아기 고래는 먼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고 나무는 그 자리에서 그늘을 넓혀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었다가 지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을 그가 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없었던 얼굴과 몸을 돌 속에서 꺼내 준 사람은 아직도

  손에서 정과 망치를 놓지 못하고 있을까

 

  경주 남산자락 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천백 년 만에 고개 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통일신라 시대 불두佛頭

  십여 미터 거리에 몸을 두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니

 

  세상의 슬픔을 다 짊어지고 흙 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가

  모든 세상을 다 머금고 깨어났다

 

  울음을 받아주던 산자락까지도 결국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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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0-가을호 <시에 시> 에서

   * 김경성/ 전북 고창 출생, 2011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와온』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