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 3
김욱진
동계 방학 자가 연수 중
코로난가 뭔가 불쑥 찾아와
현관 문고리 잡고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 자가 격리 중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먼
그러잖아도 각방 거처 선언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눈칫밥 한 그릇 얻어먹고 살기도
쉽잖은 팔자인지, 눈만 뜨면
손 씻고 마스크 끼고
한 끼 먹은 밥 그릇 숟가락 젓가락
각자 설거지하고 소독하고
화장실 드나들 땐
변기 거울 빚 갚듯
반질반질 다 닦아 줘야 하고
온종일 건네는 말이라고는
밥 먹자, 라는 한 마디
그마저도 눈치 보며 주고받는 일상
지금, 여기, 나는
자가 수양 중이다
자가, 누구인지
자가 왜 여기 머물고 있는자
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 혼자 조용히 묻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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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김욱진/ 200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비슬산 사계』 『행복 채널』 『참, 조용한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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