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상한 시국 · 3/ 김욱진

검지 정숙자 2020. 8. 20. 03:12

 

 

    수상한 시국 · 3

 

    김욱진

 

 

  동계 방학 자가 연수 중

  코로난가 뭔가 불쑥 찾아와

  현관 문고리 잡고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 자가 격리 중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먼

  그러잖아도 각방 거처 선언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눈칫밥 한 그릇 얻어먹고 살기도

  쉽잖은 팔자인지, 눈만 뜨면

  손 씻고 마스크 끼고

  한 끼 먹은 밥 그릇 숟가락 젓가락

  각자 설거지하고 소독하고

  화장실 드나들 땐

  변기 거울 빚 갚듯

  반질반질 다 닦아 줘야 하고

  온종일 건네는 말이라고는

  밥 먹자, 라는 한 마디

  그마저도 눈치 보며 주고받는 일상

  지금, 여기, 나는

  자가 수양 중이다

  자가, 누구인지

  자가 왜 여기 머물고 있는자

  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 혼자 조용히 묻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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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산맥』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김욱진/ 200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비슬산 사계』 『행복 채널』 『참, 조용한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