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해철
꽃보다 낮게 앉아서
꽃송이를 올려다보니
하늘의 반이 꽃이다
닞달이 멀리 꽃향기에 취해 떠 있고
키 큰 나무도 좋아라고 팔을 흔든다
풀보다 야트막하게 누워서
풀 끝을 바라보니
하늘이 무성한 풀밭이다
풀잎들이 먼지 낀 하늘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낮달도 풀 끝에 베어 창백하고
키 큰 나무도 풀보다 작아져
보이지 않는다
아래에서 보면
꽃같이 풀같이
낮은 것들도
저 높은 곳에 가 닿아 하늘이 된다
오늘은 하늘이
꽃과 풀과
그리고 외로운 인간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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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0-가을호 <시에 시> 에서
* 나해철/ 전남 나주 출생, 1982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무등에 올라』 『동해일기』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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