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늘/ 나해철

검지 정숙자 2020. 8. 15. 01:07

 

 

    하늘

 

    나해철

 

 

  꽃보다 낮게 앉아서

  꽃송이를 올려다보니

  하늘의 반이 꽃이다

 

  닞달이 멀리 꽃향기에 취해 떠 있고

  키 큰 나무도 좋아라고 팔을 흔든다

 

  풀보다 야트막하게 누워서

  풀 끝을 바라보니

  하늘이 무성한 풀밭이다

 

  풀잎들이 먼지 낀 하늘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낮달도 풀 끝에 베어 창백하고

  키 큰 나무도 풀보다 작아져

  보이지 않는다

 

  아래에서 보면

  꽃같이 풀같이

  낮은 것들도

  저 높은 곳에 가 닿아 하늘이 된다

 

  오늘은 하늘이

  꽃과 풀과

  그리고 외로운 인간의 얼굴이다

 

 

  ---------------

   * 『시에』 2020-가을호 <시에 시> 에서

   * 나해철/ 전남 나주 출생, 1982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무등에 올라』 『동해일기』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