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빈 마당/ 주근옥

검지 정숙자 2020. 8. 7. 16:03

 

 

    빈 마당

 

    주근옥

 

 

  대처로 다 나가고

  빈 마당에 사내가

  옹기를 갖다 놓는다

  대문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가고

  뒷문으로 들어와 개구멍으로 나가고

  무너진 흙담을 밟고 넘어와

  큰 옹기 안에 작은 옹기

  큰 옹기 앞에 더 큰 옹기

  꽉 꽉 들어찬 마당 옹기 사이로

  게걸음치며 요리조리 헤매다가

  사내는 하나씩 들고 나간다

  빈 마당에 달빛이 쏟아지지만

  자꾸 흘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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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0-8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대표작> 에서

   * 주근옥(朱根玉)/ 2002, 20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 시집 『산노을 등에 지고』 『갈대 속의 비비새』등, 저서 『한국시 변동과정의 모더니티에 관한 연구』 『석송 김형원 연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