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묵계/ 허소미

검지 정숙자 2020. 8. 7. 16:12

 

 

    묵계

 

    허소미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내 생을 좀먹는

  응어리를 이번만은 도려내야지

  칼자루를 쥐었다 하였더니

 

  제가 흔들리면 세상은 뒤집힐 것이라며

  위기의 시곗바늘로 저를 다지는 걸까

  지구의 기둥뿌리로 든든히 박힌 상처

  어찌하지 못한다는 내 마음의 벽만

  드륵드륵 긁는다

 

  캐고 쑤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안고 건너야 할 상처도 있다고

 

  모두가 솟구치는 봄

 

  미루나무

  제 몸에서 희망처럼 한 잎 두 잎 내어

  숨통 트고 보자

  언제든지 귓속 달굴 화근 같은 까치집

  쓰윽쓰윽 다시 덮고 있다

 

 

   ----------------------

   * 『월간문학』 2020-8월호 <시> 에서

   * 허소미/ 2001년 『한국시』로 시 부문 & 시조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