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
허소미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내 생을 좀먹는
응어리를 이번만은 도려내야지
칼자루를 쥐었다 하였더니
제가 흔들리면 세상은 뒤집힐 것이라며
위기의 시곗바늘로 저를 다지는 걸까
지구의 기둥뿌리로 든든히 박힌 상처
어찌하지 못한다는 내 마음의 벽만
드륵드륵 긁는다
캐고 쑤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안고 건너야 할 상처도 있다고
모두가 솟구치는 봄
미루나무
제 몸에서 희망처럼 한 잎 두 잎 내어
숨통 트고 보자
언제든지 귓속 달굴 화근 같은 까치집
쓰윽쓰윽 다시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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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0-8월호 <시> 에서
* 허소미/ 2001년 『한국시』로 시 부문 & 시조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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