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철학
임내영
고양이는 직감한다
시간을 눈으로 표시하며 현실과 구별하지 않는다
주인이 부르면 달려가야 하지만
갈 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저것이 되는지 생각한다
혀 같은 불길 한 자락 타올라 모닥불이 되고
연기 한 줌 두 손으로 비벼 코끝으로 맡아
입김으로 불면
머리 위로 날아올라 차가운 달까지 닿는다
달은 천천히 몸을 녹여 훗훗하게 차오르고
닫혀있던 고양이 동공은 동그랗게 열리기 시작해
달처럼 둥글다
보름달이 되었다가 사라지는 그믐같이
동공은 째진 검은색 틈이 되었다가
다시 둥근 웅덩이가 되어
지금과 다른 공간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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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 2020-여름호 <시가 여무는 창>에서
* 임내영/ 경기 가평 출생, 2014년 『한국미소문학』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 『데칼코마니』 『눈이 눈을 볼 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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