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죽음
김광기
연일 전염병으로 몇 천 명씩 죽는다는 보도,
이탈리아의 사제 69명도 죽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신의 절대적 보호를 받을 것만 같은 바티칸과
평생을 기도만 하고 살았을 것 같은 사제의 죽음들,
성스러운 그곳에 왜 기적은 없었던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문에 휩싸이다가
인류를 구원하려 하셨다는 예수의 길에 다다른다.
인간 몸의 세상,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분명한
이 세상에서 신은 진정 개입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오로지 사람의 몸으로 감당하여야 할 일,
전염병이 만연한 인간의 무리들이 신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기도하고 매달릴 때, 신의 이름으로
사람의 몸으로 그들을 감싸 안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 많은 의료진들이 숭고하게
죽음을 불사하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처럼
사제들은 그곳에서 사람의 몸으로 신자들을 위로하고
함께 기도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함께
내가 가닿을 수 없는 영혼구원에 이르렀을 것이다.
사경을 헤매는 어둠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조차
지금, 적어도 몸을 꼭꼭 숨기고 전염병을
피해 가는 삶보다는 더 나은 삶이었을 것이다.
이쯤의 세월이 되면 죽음 정도야 할 줄 알았는데
징후만 보아도 머리가 쭈뼛 서도록 두려워지는 것은
죽음의 불 곁에 진정 가까이 가고 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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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편견』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광기/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1995년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를 내고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시계 이빨』 등, 시론집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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