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삭제
김신혜
선풍기를 들여다보면
이가 시리다
날개로만 이루어진 세계는 식욕이 왕성해
회전하는 날개가
나의 미소만을 본떠서 가져간다
나는 더 이상 웃지 않고
들판을 달린다
입을 벌리고 기계음을 낸다
잠자리와 눈이 마주친다
잠자리의 눈은 선풍기 뚜껑 같고
바람이 거세지고
회전하는 날개에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머리카락
곤충이 먹다 남긴 머리들은
내가 곱씹던 곤충의 맛
들판 꼭대기에는 크고 아름다운 풍차가
제각각으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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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신혜/ 서울 출생, 2018년 『시인동네』 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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