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웃음삭제/ 김신혜

검지 정숙자 2020. 7. 29. 02:41

 

 

    웃음삭제

 

    김신혜

 

 

  선풍기를 들여다보면

  이가 시리다

 

  날개로만 이루어진 세계는 식욕이 왕성해

 

  회전하는 날개가

  나의 미소만을 본떠서 가져간다

 

  나는 더 이상 웃지 않고

  들판을 달린다

 

  입을 벌리고 기계음을 낸다

 

  잠자리와 눈이 마주친다

  잠자리의 눈은 선풍기 뚜껑 같고

  바람이 거세지고

 

  회전하는 날개에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머리카락

 

  곤충이 먹다 남긴 머리들은

  내가 곱씹던 곤충의 맛

 

  들판 꼭대기에는 크고 아름다운 풍차가

  제각각으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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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신혜/ 서울 출생, 2018년 『시인동네』 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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