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소금인간/ 유희경

검지 정숙자 2020. 7. 27. 18:23

 

 

    소금인간

 

    유희경

 

 

  그는 저녁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사라졌다. 소금인간. 어른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소금인간의 벽돌집에는 이제 노부부가 살고 있다. 그 집의 목련은 근사해서 사람들은 감탄한다. 저 목련 좀 봐. 그러곤 침묵에 빠진다.

 

  소금인간을 떠올린 거겠지. 하지만 아무도 소리 내어 소금인간을 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불행을 가져다줄 것처럼.

 

  나는 알고 있다. 사람들은 소금인간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가 다시 담벼락에 기대서서 휘파람을 불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엄마. 그는 왜 소금인간이에요. 엄마는 접시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가엾은 사람을 놀리면 못써. 어서 가서 숙제를 하거라.

 

  밤늦도록 연필심을 부러뜨려가면서 나는 그가 가엾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엾다면 울어버릴 테니까 울음을 터뜨렸다면 녹아버렸을 테니까.

 

  꿈에서 소금인간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한다. 소금들이 바닥에 흘러내리며 휘파람 소리를 내면 나는 졸리다. 꿈에서도 잠들고 싶다.

 

  나의 꿈에 대해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아무런 불행도 가져다주지 않지만.

 

  목련이 피고 지고 다시 피며 몇 해가 지나 이제 나는 소금인간의 꿈을 꾸지 않는다. 무언가 그리워지면 아주 작게 휘파람을 불고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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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청춘』 2020-여름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유희경/ 1980년 서울 출생,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 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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