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최란주
벗어놓은 장화 속에
빗물이 고였다
어느 나라의 지도로도 변신한 적이 있는
장화는 우기의 용도지만
아프리카의 어느 사막 마을에선
강수량을 재는 도구로도 쓰인다
장화는 물을 걸을 수 있는 신발이다
물의 다양한 깊이들이
활기차게 발목을 재는 혹은
진흙탕들처럼 빛나게
동물은 흰 발목과 검은 발목을 지닌 천연장화를 신고 있다. 비가 오지 않은 날에는 괴물의 장신구로도 변하거나 고양이의 자비로운 훈장이 되기도 한다. 사막여우는 사막모래 빛 장화를 신고 황새는 큰나무 붉은빛 장화를 신고 개구리는 퐁당퐁당 소리가 나는 장화를 신는다
기우제를 지낼 때 장화는 필수적인 요소다
너의 장화는 나의 지팡이 보다 더 멋지다
장화의 내계가 우화한다
나는 고양이의 애인이었던 장화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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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0-봄호 <2020년 신춘문예 시 · 시조 당선자 신작특집 2>에서
* 최란주/ 202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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