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불편한 진실/ 김지헌

검지 정숙자 2020. 7. 26. 02:41

 

 

    불편한 진실

 

    김지헌

 

 

  아무 때나 피사체가 된다

  풍경 앞에서 마구 눌러대고는 어느새 인화된 나를

  강제적으로 들이민다

  어느 땐 명령조로 '잠깐 가만히 있어 봐요.' 하면 아무도 거역 못 한다

  수시로 나를 증명해야 하다니

  얼마나 편리한 공격인지

  카메라 앞에서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도 동의받지 않은 공격에 나섰다

  산수유가 눈뜨는 모습 들여다보며

  '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야.' 스마트폰을 눌러댔다

  미필적 고의를 달콤한 속삭임으로 치장하며

 

  스페인 화가 후아킨 소로야의 그림 속 소녀들을 보며

  차라리 대놓고 그녀들의 몸을 훑거나  

  입장료를 내고 당당한 관람객이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당신 손안의 앨범엔 파안대소의 표정이 대부분이지만

  이면의 주인공들은 어딘지 불편하다

  아무 때나 눌러달라거나 툭툭 치는 것은 예사

  어색한 웃음 지으며 수시로 피사체가 되어 나를 내돌리는 일쯤이야

  골목에 굴러다니는 검은 비닐봉지처럼 생의 얼룩들

  노트북 한구석에 버려진 채 숨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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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0-여름호 <시 · 시조/ 시인 27명 신작시 54편>에서

  * 김지헌/ 충남 강경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배롱나무 사원』등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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