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생존법칙
김복근
설계도 허가도 없이 동그란 집을 짓고 산다
작은 부리로 잔가지 지푸라기 물고 와
하늘이 보이는 숲속에서 별들을 노래한다
눈대중 어림잡아 아귀를 맞추면서
휘어져 굽은 둥지 무채색 깃털 깔고
무게를 줄여야 산다 새들의 저 생존법칙
대문도 달지 않고 문패도 없는 집에
잘 익은 달 하나가 슬며시 들어와
남몰래 잉태한 사랑 동그마한 알이 된다
울타리 없는 마을 등기하는 법도 없이
비스듬히 날아보는
나는 자유의 몸
바람이 지나가면서 뼛속마저 비워냈다
-전문-
나의 인생 나의 문학> 한 문장: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인간의 삶에 비겨서 쓴 작품이다. 이 시조를 쓸 즈음 나는 자유인自遊人이 되는 기쁨을 누리면서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새들은 자신이 살아야 할 집을 어설픈 듯이 지어놓고 살지만, 그들의 삶 속에는 따뜻한 사랑이 내재되어 속진俗塵이 묻은 우리 인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와 청렴淸廉의 삶을 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세력과 영역 확장을 위해 싸우고 투쟁하는 인간의 삶과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나도 저들처럼 속인의 욕망을 비워내는 성찰의 삶을 살고 싶다. 문학이 생태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방식과 인간의 정신적 사유 체계는 문학의 감화로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화자의 본연지성을 살리고 싶은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출해 본 것이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나이 일흔이 되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는 속세의 삶을 사노라 본연지성을 제어하면서 살아왔다. 「새들의 생존법칙」은 대자연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고 싶어 읊조려 본 나의 자화상에 다름없다. (p. 시 41/ 론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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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문예』 2020-여름호 <작가 특집/ 대표작>에서
* 김복근/ 1950년 경남 의령 출생, 1983~1985년 『시조문학』 추천 완료, 시조집 『인과율』 『비상을 위하여』 『새들의 생존법칙』등, 동시집 『손이 큰 아이』 등 다수의 책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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