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그늘의 고요
권달웅
외딴집 담장이 허물어져 있다. 살구나무 그늘이 대청에까지 들어와 있다. 가볍게 내려앉는 살구꽃잎이 졸고 있는 고양이 수염을 살짝 건드린다. 혼자 해바라기를 하다가 잠든 고요가 희끗희끗 얼룩진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고단한 하루가 지나간다. 무엇을 알려는지 비비새 한 마리가 열린 미닫이문을 관통한다. 문득 살구나무 그늘이 하르르 어깨에 내려앉는다.
-전문 (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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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0-여름호 <60호 기념 특별기획 1/ 작가특집 초대시인 신작특집> 에서
* 권달웅/ 1975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염소 똥은 고요하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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