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몽마르뜨르
김정임
그곳을 생각하면 쫓기는 자의 기억같이
바람의 한숨 소리를 듣게 된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어느 여름
주문을 외우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영원히 젊어 보였다 무명화가의 그림 한 장이 주술처럼 말을 건넸던가 정말 네가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네 안에서 머뭇거리는 안개는 가혹한 인연처럼 신음하고 있구나 마치 빙판 지붕에 머리를 부딪치며 뛰어오르는 물고기처럼, 내가 그린 저 중세의 골목들을 보렴 한여름에도 얼어붙은 어둠이 있을 뿐이지
그해 여름은 그곳에 있고 가끔 형언할 수 없는 불길이 마음속에서 타오르곤 한다 타들어 갈수록 단단해지는 여름, 가장 아픈 인연이 인연임을 알았다 자멸하고 싶었던 물고기의 날들, 깨어나면 사라지는 나의 몽마르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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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0-여름호 <이 계절의 시인/ 신작시>에서
* 김정임/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마사의 침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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