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를 느꼈나요?
임솔아
아기 냄새가 나는 날씨여서
문을 열어두었다. 사그락사그락 흘러들어왔다.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 쥐가 들어왔어요.
네가 문을 열었으니까
네가 쥐 잡는 사람을 부르면 되지.
손수 쥐를 찾기 시작했다. 맥주들을 들어내고 밀가루를 들어내고 상자들을 들어내고 맥주병 사이에서 밀가루 뒤편에서 쥐가 튀어나왔다. 나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민첩하게 목숨을 걸고서.
검은 구멍들이 쥐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창고에서 삽을 꺼내 들었다. 죽은 비둘기를 묻어주려고 삽을 들었던 이후로 처음 삽을 쥔 채, 나는 숨을 죽였다. 쥐를 보자마자 쳐 죽여야지.
살의를 느꼈나요? 기자는 물었다. 필리핀의 열두 살 킬러는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저었다
동생들이 굶고 있어서요, 방아쇠만 당겼을 뿐인데요
미안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도 가족이 있었을 텐데.
제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돈을 받았을 테죠.
영업해요?
머플러를 두른 여자가 들어왔다. 나는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테리어를 바꾸고 있었어요.
쥐 한 마리가 가게를 바꾸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땀을 훔쳐냈다.
-전문-
▶ 전염의 시대에 맞선 문학의 방식(발췌) _정재훈/ 문학평론가
최근에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면서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위 시를 읽은 독자들도 어쩌면 『페스트』에 등장한 '쥐'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쥐는 지금도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청결함을 해치는 불길한 것, 즉 병을 옮기는 해로운 동물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위 시에서 『페스트』에 등장한 것처럼 죽음의 전령다운 이미지까지는 아닐지라도 그것이 등장하면서 낸 "사그락사그락"거리는 소리는 이미 불쾌함 그 자체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하지만 절대로 환영할 수 없는) 손님 아닌 손님은 곧장 '가게'에 놓인 상품들 사이로 몸을 숨기고, 이로써 '나'의 일상은 그 즉시 예외적인 상황으로 바뀐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검은 구멍"이 모두 하나같이 쥐처럼 보이는 순간만큼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생소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가게'는 일상에서 소비가 벌어지는 가장 친근한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외부로부터의 침입도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팔기 위해 전시된 상품은 난데없이 등장한 쥐로 인해 그 상품가치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나'는 긴장과 두려움에 몸을 떨 수밖에 없다. 일상을 윤택하게 할 수단들이 도리어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가 펜데믹의 상태까지 이르게된 원인도 결국 인간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수단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운송 수단의 발달과 대규모 쇼핑 시설과 같이 인간의 편리를 위해 추구되어 왔던 '개방성'이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맞물려 더욱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유롭고 원활한 경제 행위를 위한 자본의 무분별한 개방성이 지닌 취약한 단면이 위 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p. 11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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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ITION 포지션』 2020-여름호 <POSITION 3/ 특집_질병이라는 현상과 문학>에서
* 정재훈/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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