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두*
이혜미
한 사내가 출가하였으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여
파계하고 곧 목을 매었다.
그가 목을 맨 나무는 서서히 가지를 떨구다
단 하나의 가지만을 남겼는데,
그 가지에 매달린 열매를 타두他頭라 불렀다.
혼자는 너무 넓어
아름다운 악기를 가지기로 했다
가지 끝에 위태로이 매달린 이야기들을 봐
서로를 붙들다 멀리로 밀려난 징표들을
타두악他頭樂이 연주되는 서쪽의 먼 나라에서
오래전의 흐느낌을 받아 안을 때
타인은 위태로이 얇은 가지 끝의 거대한 열매
어떤 다정은 당겨진 실처럼 날카로워라
서툴게 연주하다 끊어진 악기 줄이
에둘러 기대온 마을을 훼손하는데
소리를 품을 몸을 비우는 악기와
날아오르기 위해 손가락을 버린 새처럼
오직 모르기 위한 날개를 펼치고
파계의 원흉이 되어
마음을 점령당한 나무들이 열매를 결심한다
-전문-
* 오래 묵은 참나무의 비대한 열매. 생김새는 커다란 도토리를 닮았으나 속이 달고 부드러우며 삶은 뒤 안을 파내어 먹는다. 껍질은 씻어 말린 뒤 옻칠하여 무구巫具를 만든다. 열매의 속에 붉은 팥과 쌀알을 넣어 흔들면 숨죽여 흐느끼는 듯한 음색을 내는데, 원 많은 이의 소리와 비슷하다 하여 씻김굿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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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ITION 포지션』 2020-여름호 <POSITION 4/ 신작시>에서
* 이혜미/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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