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의 마음
주민현
어젯밤이었네 한 광인이 교회의 울타리를 부수고 있지 않겠는가 십자가를 내리치고 있지 않겠는가 울타리 너머로 어린 성도들은 끝없이 넘어가고 있던 것이라네 광인의 마음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돌아버린 것이 믿음인지 마음인지 발자국인지 그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마음밖에는 돌아볼 수가 없고 발과 자루를 끌며 가는 그런 장면은 한편 영원하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맹신도 돌아선 믿음도 결국엔 하나이며 신부님에 따르면 살아온 나날이란 눈 감으면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을 여성들은 어떻게 참고 살아왔는가 왜 어떤 이들은 영원히 입속을 맴도는 말들을 참다가 미쳐버리고 말았는가 이제는 우두커니 서서 어둠 속 광인을 지켜보며 몇 개의 단어들을 만지작거려 보는 것인데 꽃과 재, 꿈과 압정, 빛과 비둘기, 변종과 타당성, 영혼과 지우개, 영혼은 지우개, 영혼은 지우게··· 영혼을 지우면 종소리는 그저 평화로운 잠언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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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0-여름호 <신작>에서
* 주민현/ 2017년 ⟪한국경제신문⟫으로 등단,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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