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구상시회권(九相時繪券)/ 조민

검지 정숙자 2020. 7. 15. 02:26

 

 

    구상시회권九相詩繪券

 

     조민

 

 

  앉아 있다

 

  아흔아홉 번째 바닥에

 

  몸통에 긴 칼을 꽂은 채 구백구십 리 적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더 이상 흘릴 피가 없어도

 

  살아 있다 눈을 뜨고

 

  살아 있다

 

  숨 한 번 크게 쉴 때마다

 

  더 깊이 더 기숙이 박히는 칼날을 명치로 안은 채 살아 간다

 

  뜨거운 오장육부로 칼을 닦고

 

  둘째로 칼을 갈아

 

  칼을 살아 낸다

 

  칼을 산다

 

  -다음 시즌에도 사람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전문-

 

 

  * 구상시회권九相詩繪券, 헤이안 말기 작자 미상

  * LOve, Death & Robots

 

 

   -------------------

  * 『시와사람』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조민/ 200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조용한 회화가족 no.1』 『구멍만 남은 도넛』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인의 마음/ 주민현  (0) 2020.07.17
수련의 귀/ 송은숙  (0) 2020.07.17
여신 쿠마리/ 김선향  (0) 2020.07.15
가로등의 주소를 적겠습니다/ 이혜미  (0) 2020.07.14
월경(越境)/ 김림  (0) 202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