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련의 귀/ 송은숙

검지 정숙자 2020. 7. 17. 01:42

   

 

    수련의 귀

 

    송은숙

 

 

  물의 표면에 바짝 귀를 대고 수련은 물의 소리를 듣고 있다

 

  연못이 얼음의 뼈를 허물 때 움푹 팬 상처 자리를 햇살이 핥아주는 소리

  물의 무게를 견디며 물수세미가 자라는 소리

 

  몸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귀인 수련이 듣는 것은

  물 안쪽의 소리인지 물 밖의 소리인지

  그러니까 수련의 귀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 걸까

 

  혹은 하늘과 연둣빛 풍경이 연못에 비칠 때

  그 풍경은 물 안의 풍경인지 물 밖의 풍경인지  

  하늘 위로 물가의 수양벚나무 꽃들이 떨어져

  꽃잎 주변의 물 주름과 물 주름이 입술의 주름처럼 서로 만날 때

 

  물 주름은 물의 안과 밖을 접으며 빠르게 번져가는데

 

  수련의 귀는 매끄럽고 반짝거리네

  소리가 귀걸이처럼 둥글게 매달려 있다는 듯

  수련은 잎새 하나를 뒤집으며 뒷면을 보여주네

  거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물의 수런거림이 모여 있다는 듯

 

  나는 수련의 귓바퀴 언저리에서 자꾸 뒤집히는

  물의 안과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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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여는세상』 2020-여름호 <신작>에서

   * 송은숙/ 2004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돌 속의 물고기』 『골목은 둥글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