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中
21세기에 쓰는 우리의 상형문자(발췌)
정복선 (시인)
문자의 기원은 구석기 중기(BC 50,000년경)에 돌이나 뼈에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새긴 조각에서 찾을 수 있고, 그후 (BC 10,000년경) 선사인류 뮨명인이 흔히 사용하던 그림문자가 되며, 초기 그림문자는 단지 기억을 보조해 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사용된 것은 인류문명이 발달한 중국,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마야 등의 문자라고 한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시대(BC 3,400년경) 우루크시의 행정문서 점토판에는 '보리 29, 086자루 37개월, 쿠심'이라고 해석된 그림문자가 하나 있는데, 빚이나 세금을 표시한 일종의 신용거래 문서였다. 역사상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당시 회계사 정도의 '쿠심'이라는 이름(또는 관직명)인데, 서사시의 영웅 이름 '길가메시'보다 앞서고 통치자 이름도 아니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p. 143-144)
(······)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먼저 자신의 고독과 번뇌 속에서 발아된 씨앗이 자신만의 속박된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어딘가로 비상해가는 자유를 누리고자 함이다. 시는 훼손된 언어 이전의 언어, 또 언어를 초월하는 어떤 것을 향하는 이미지이다. "새는 변신이며, 변화이며, 연금술적 작용"이고 "시는 인간의 원초적 존재로 돌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옥타비오 파스의 『활과 리라』에서). 시를 쓰는 일이 태초에 삶에 대한 향수나 원초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과정이라면 현재의 결핍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무염無染의 시공간에 도달할 수 있는 이미지를 통해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독자들에 의해 반복되고 재창조되기를 기다린다. (p.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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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인 '유유' 제1집 『깊고 그윽하게』에서, 2020. 5. 5. 18. <시와표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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