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바다
정채원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는 시간
꼴깍 꼴깍, 자꾸 손을 휘젓네
여기 봐요 나 좀 봐요
생각이 바닥에 닿질 않아
아무도 없네, 손을 잡아주는 이
그저 웃으며 나를 자꾸 밀어넣네
찡그린 두 눈썹 사이로
네 물안경은 최신형이구나
수영복 꽃무늬도 아주 화려하구나
페리로 한 시간도 더 걸리는
글램핑 리조트, 파도를 가르며 마침내
파도 없는 바다에 도착한 우리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는 영혼들
내가 잠시 빌린 백조도 유니콘도
웃고 있네, 내장도 두뇌도 바람인 애인들
먼 바다까지 나를 두둥실 태워갈 듯
물결을 가르던 허풍선이들
손을 내미는 척 멀어지면서, 매 순간 저 먼저 떠내려가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었나요?
당신의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끓여먹었던가요?
혹시 태평양 횟집에서
디지털 파도소리 요란한 카페 라메르에서
짜지도 쓰지도 않고 밍밍한
가짜바다, 모래 대신 시멘트가 밟히고
밤에도 낮에도 잠잠 잠들어 있는 바다
물밑에서도 발을 휘젓지 않는
우아한 비닐백조의 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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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0-여름호 <다층시단>에서
* 정채원/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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