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글씨
박순희
반듯이 누워 하늘에 글씨를 썼다
자주 그랬다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손끝에서 났다 별자리는 반짝반짝 소비되고 구름은 무럭무럭 늙으며 자랐다 빗방울은 여름에 쓴 글씨체라 변덕스럽고 쇠락한 연수원은 허름하게 서 있다
몇 시간을 찾던 단어 하나를 잃어버렸던 그날처럼
두발을 가지런히 붙인 어느 날
한껏 벌린 엄지에서 약지까지 날아가곤 했다
손가락 끝으로 쓴 글씨는 손가락 끝에선 작은 글씨였고 하늘의 거리에서 가장 큰 글씨였다 하늘에 쓴 글씨들은 양떼들이 읽고 인공위성은 글자를 따라 돌고 배고픈 양떼가 무리지어 아버지를 뜯어 먹는다 뭉게뭉게 아버지가 지나간다
하늘에 쓴 글씨는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았다
흐린 날이 겹칠 때마다 즐겨 쓴 글자에 두드러기가 났다 게으름을 널기 알맞은 시간 쓴 글씨를 다 지운다 들끓는 온도로 여름밤은 어디쯤 가는가.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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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0-여름호 <젊은 시인 7인선>에서
* 박순희/ 2016년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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