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동진_반딧불 캐쳐(발췌)/ 평행사변형 : 서윤후

검지 정숙자 2020. 7. 9. 20:06

 

 

    평행사변형

 

    서윤후

 

 

  포옹하는 사람은 체온계

  무엇이 빠져나갔거나 들어찼을 때를 아는

  다정한 편법

 

  사랑은 사람에게

  투명한 비수를 머리에 꽂고

  미수에 그치는 것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것

  사금파리가 온몸을 짤랑이며 떠도는 놀이

 

  여름엔 반지하 겨울엔 뜰장에서 만나는 것

  내려갈수록 아름다운 갈래가 되는

  빈칸의 반서사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문제를 안고 오는

  어린 맹수의 호기심

 

  벼락을 만들기 위해서

  어딘가에 올라가는 사람보다 먼저

  내리칠 평평한 땅을 고르는 신중함

 

  충성심을 원했던 날

  고꾸라진 천사

  피가 나면 뭐든지 지혈하던 지혜

 

  반대편이 필요해서 왔지만

  다시 반대쪽으로 가자 말하지 못하는

 

  끝을 말할 때마다

  이야기가 계속 시작되는

  평평한 악습

    -전문-

 

 

  반딧불 캐쳐(발췌) _김동진/ 문학평론가

  올라서기를 거부하고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려는 화자의 모습은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습기에 숨이 막히는 "여름"의 "반지하"에서도, 겨울의 날카로운 바람이 왕래하는 오물 가득한 "뜰장"에서도 "내려갈수록 아름다운 갈래가" 있다. 그것은 "빈칸의 반서사" 같은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처럼 뻗어나가는 선형적이고 질서정연한 순서를 거부하며 돌발적이고 산발적인 반딧불을 잡기 위해 비어있는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반딧불을 선명하게 보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는 스스로의 빛을 지운다. 그의 시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반복되는 경쟁 속에서 지친 우리를 힐링시키고 다시 트랙으로 되돌려보내겨는 에너지드링크가 아니다. 경기장의 불을 잠시 끄고 반딧불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가 어둠이 되거나 어둠을 데려와도 놀랄 필요가 없다. 그냥 우리는 캄캄한 밤공기 속에서 날아다니는 균열을 감지할 준비를 하면 충분하다. 라이트 밖에서 불온한 물방울이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p. 시 168-169/ 론 177-178) (김동진/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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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0-여름호 <신작소시집/ 작품론>에서

  * 서윤후/ 2009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어는 누구의 모든 동생』 『소소소』 등 

  * 김동진/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평론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