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윤효_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시인의 초상(발췌)/ 인생 : 나태주

검지 정숙자 2020. 7. 9. 01:18

<2020, 제3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인생

 

    나태주

 

 

  얘야, 너는 머리가

  좋은 아이가 아냐

 

  노력을 하니까

  그만큼이나 하는 거야

 

  어려서 외할머니

  그 말씀이 나의 길이 되었다.

    -전문-

 

 

   *심사위원: 오세영 신달자 유성호 오형엽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시인의 초상(발췌) _ 윤효/ 문학평론가

  시인이 2015년 칠순을 맞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시다. "어려서 외할머니의 그 말씀"은 산문으로도 여라 차례 쓰여졌거니와 "노력"은 그야말로 시인의 전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삶의 자세를 압축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적어도 시단에서 시인처럼 바지런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부단히 읽고 끊임없이 쓴다.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는 물론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시인의 손은 항상 매모지와 필기도구를 갖추고 있다. 틈틈이 사진 기록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시인은 낯익은 사물이나 대상일지라도 태어나서 처음 만나고 있는 듯이 요모조모 살피고 감싸려 애쓴다. 이렇게 마음속에 새기고 곱씹으며 궁글린 한 글자 한 글자가 형상화의 과정을 거쳐 시로 탄생한다. 시인의 하루는 이렇게 다독多讀과 다작多作 그리고 다상량多商量으로 채워진다. 중국 송나라 때 문장가 구양수歐陽脩가 금쓰기를 잘하려면 이렇게 하라면서 세시한 삼다법三多法의 다부진 실천자다. 1938년 시인 박용철朴龍喆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을 빌려 쓴 「시적 변용變容에 대하여」란 글에서 설파했듯이 "다만 열 줄의 좋은 시를 기다리고 일생을 보낸다면, 한 줄의 좋은 시도 못 쓰"게 된다. 모름지기 시인은 "최후의 한 송이, 극히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하여는 그보다 작을지라도, 덜 고울지라도 수다히 꽃을 피우며 일생을 지내야 한다. "다독과 다상량도 그렇지만 다작이야말로 순전히 시인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p. 시 45/ 론45- 46) (윤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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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0-여름호 <특집/ 제3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시인론>에서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대숲 아래서』 『너의 햇빛이 나의 마음을 말린다』등,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 윤효/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결』 『얼음새꽃』 『햇살방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