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 사이에 내 이름이 있다
송재학
상가에서 빈소를 찾는데,
내 이름이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이곳에서 부고를 필사하는 중이란다 벌써 수의를 갖추고 입관을 시작한다는 이름, 생사를 반복한다는 청동거울의 내행화문을 문지른 향 냄새가 몸에 배였다 날이 개이고 청명한 달을 본다는 사주였지만 다시 망자라는 운이었구나 전생을 믿었던 근조등처럼 이제까지 가져온 이름과 가져올 이름 사이에서 결국 둥불을 움켜쥔다 다시 만나자는 만가가 실내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장례식장은 비가 내려 지하 2층인데도 우산 행렬이 붐볐다 곡소리는 한로 상강을 따르는 거지, 이서국과 사로국에서 보낸 근조화환을 눈여겨보다 방명록에 서명하고 조문을 마쳤으니 나를 위해서도 다정한 해안은 챙겼다 아, 망자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데 국화의 근심은 어디 두려 하는가
-------------------
* 『서정시학』 2020-여름호 <김달진문학상 역대 수상자 특집>에서
* 송재학/ 1986년 로 등단,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얼음시집』 『푸른 빛과 싸우다』 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윤효_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시인의 초상(발췌)/ 인생 : 나태주 (0) | 2020.07.09 |
|---|---|
| 홍용희_행복의 시학과 감응력(발췌)/ 풀꽃 : 나태주 (0) | 2020.07.09 |
| 도둑/ 김명인 (0) | 2020.07.08 |
| 비 오는 동물원/ 허민 (0) | 2020.07.06 |
| 멍의 소용돌이/ 최영랑 (0) | 2020.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