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을 받다
김주완
오월에는 산의 신록이 살아납니다
새잎이 새의 부리처럼 새롭게 돋아나 몽글몽글 솟아납니다 산다는 것은 부풀어 오르는 일입니다
물감을 통째로 쏟아부으면 캔버스는 부풀고 부드러운 몰골이 들떠오릅니다
가슴이 부풀어 풍선처럼 떠다닌 때가 있었습니다 날개도 없이 날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떄가 아닌 이때입니다 신록은 푸르고 신록에 빠져 잠시 푸릇푸릇해지는 지금은 지나간 지금으로 나중까지 남을 푸른 지금입니다
몸도 마음도 아닌 눈으로 지금 신록을 받습니다 온몸에 푸른 물이 돌아 눈동자가 파래진 사내는 서부영화에 나오는 현상금이 붙은 총잡이입니다
다 늙은 남자인 그가 신록이 되어 탕 탕 탕 쌍권총을 쏘아댑니다 오월 산이 푸른 피를 콸 콸 콸 뿜어 올립니다
연록으로 채색된 몰골화가 허공에 걸립니다
구름 터널을 빠져나온 잠깐의 신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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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 2020-7월호 <신작시 # 1>에서
* 김주완/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늘의 정체』 『주역 서문을 읽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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