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먼지 인간 2/ 서안나

검지 정숙자 2020. 7. 4. 16:51

 

 

    먼지 인간 2

 

    서안나

 

 

  우리는 두 번째 토요일에

  3-1번 출구에서 모입니다

  누군가 새로운 시집이 나온다고 하네요

  참석할 것이라며

  모두 핸드폰에 메모했습니다

  시집이 그날 나오지 않더라도

  반드시 만나자고 웃으면서요

 

  3층에서 만나 1층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1층의 약속은 더 전생에 가깝지요

 

  뜨거운 여름 한강변에서 만나

  뜨거운 삼겹살을 먹고

  뜨거운 차를 마시고

  우리는 뜨거운 강과 바람을 만날 예정입니다

 

  네 발의 짐승이 되어 불길을 통과하고

  나이테와 뿌리를 거쳐

  젖은 두 발로 바람과 강물 속을 오래 걸어

 

  흐릿하게

  지워져

  흰 뼈만 남아 허랑방탕하게 돌아오겠지요

  시집이 나오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ㅁ이라고 쓰고

  나는

  구업에 갇힙니다

  흙으로 무너져 태어나는 중이지요

  우리는 두 번째 토요일

  3-1번 출구에서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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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동네』 2020-7월호 <신작시 # 1>에서

   * 서안나/ 1990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 발달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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