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리 고인돌*
김기찬
*
죽음이 한데 모여 살고 있다
밤이고 낮이고
불이 들어오지 않는 저 어둡고 습한 돌무덤에는
내 안의 피가
내 아버지의 문드러진 살이
내 할아버지의 삭은 뼈가 기록되어 있다
술 한 잔 따라 올리고 싶은
죽음을 고인 돌
*
열한 마리 돌거북 가족들이
천년도 더 넘게
한 발짝도 떼지 않고
먼 길 가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던 것일까 거북스럽게,
평생 갈 곳도 없으면서
시간이 지칠 때까지
천 리를 가고 있다
*
나는 문득 생각해 본다 내가 들어와 갇힌 이곳엔 죽음의 시작에 가닿는 문이 있어서
잿빛 상복 입은 구름이 늘어서 곡哭을 하고 밤새 비는 雨雨雨 눈물 흘리다 가고 어쩌다 달이 조문객처럼 들렀다 가는 곳
아득한 먼 곳으로부터 나이 많은 무덤이 시간의 간이역을 건너오고 건너오고 건너오고 있다고
다음 정거장에 도착할 때까지 바로 앞에서 쿵쿵쿵쿵, 쿵쿵쿵쿵 지나가는 자동차처럼 번쩍번쩍 부싯돌 당기면서
*
벙벙히 고인 시간이 저수지의 물처럼
오래된 시간은 깊이를 잴 수 없어 맨 아래에서 시커멓게 늙고
지금 시간은 넓이를 잴 수 없어 맨 위에서 퍼렇다
흘러가지도 못하는 수천만 년의 고요를 휘휘 장대로 저어본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시간이 고여 썩어가는
여기보다 깊은 바닥은 없으리라
-전문-
* 전북 부안군 하서면 구암리에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남방식 고인돌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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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문학』 2020-하반기호 <신작시>에서
* 김기찬/ 1994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바닷책』 『채탄부 865-18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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