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구절초/ 구재기

검지 정숙자 2020. 7. 1. 18:04

 

 

    구절초

 

    구재기

 

 

  아무도 훔쳐갈 수 없다

  누구에게도 빌려줄 수 없다

  오직 내 것으로만 만들 수 있는

  우주의 실상을

  과연 깨달을 수 있을까

  모든 아픔에서 벗어나도록

  몸을 아홉 번은 꺾어야

  아홉 마디의 꺾은 상처로

  생의 절정에 다다를 수 있는 것

  바람 지나는 동안

  크다거나 양이 많은 것도 아닌

  향을 뿜어내어

  생을 다할 수 있는

  변제辨濟란 있을 수 없다

  과연 얼마나한 삶이었는가

  알아보도록 하는 지금,

  아홉 고개 위에 선

  나, 절정에 멈추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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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 2020-여름호 <이 계절의 신작시>에서

  * 구재기/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외,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