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구재기
아무도 훔쳐갈 수 없다
누구에게도 빌려줄 수 없다
오직 내 것으로만 만들 수 있는
우주의 실상을
과연 깨달을 수 있을까
모든 아픔에서 벗어나도록
몸을 아홉 번은 꺾어야
아홉 마디의 꺾은 상처로
생의 절정에 다다를 수 있는 것
바람 지나는 동안
크다거나 양이 많은 것도 아닌
향을 뿜어내어
생을 다할 수 있는
변제辨濟란 있을 수 없다
과연 얼마나한 삶이었는가
알아보도록 하는 지금,
아홉 고개 위에 선
나, 절정에 멈추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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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 2020-여름호 <이 계절의 신작시>에서
* 구재기/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외,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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