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영결식
박종은
늦여름에야 꽃잎 몇 피워내고
마른 가지에 잎사귀 몇 다문다문 달더니
그나마 쉬 놓쳐버리곤 해서
이겨내라, 백방으로 서둘러 응원했는데
이내 꽃잎은커녕 잎사귀 하나 내지 못하고
끝내는 바삭바삭 굳어간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어디 좀 이상타 싶으면 겨울 삼동을
본가에서 이리저리 몸을 추스르다
꽃이 벙글 조짐이면 돌아와 보여주곤 했는데
아무렇게나 내다버릴 수는 없다고
영결식을 하자 한다.
이제 완전히 가셨다고
백골로도 충분히 품위 있다 해도
지금, 보내드려야 할 때란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열반에 드시는 고매한 고승의 그것과도 같이
타닥타닥 남김없이 보내 드리자 한다.
지병을 제때 고쳐드리지 못해
가신 후에야 후회막급했던 그때처럼
매화나무야, 너를 보내면서
아조 보내면서
그 가슴을 또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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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문학』 2020-하반기호 <신작시>에서
* 박종은/ 시집 『오래된 미래』 등, 시론집 『한국 시문학의 이해와 창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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