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남친
문진희
첨 만날 때부터 남친은 차가 없었어요
차가 있는 커플이 간혹 부럽긴 하지만
차 없는 뚜벅이 남친이 싫지는 않았어요
뚜벅뚜벅, 그 풍경에 매달릴 수 있으니까요
편하게 데이트도 하고 맛집도 다니고 여행도 가고 싶어서
차를 사자고 조른 게 5년
낡고 멋없는 오토바이를 보여줬어요
차를 사자고 하니
빨간 헬멧을 사주었고
뒤에 태워 라이딩을 하며 바람을 맞는 것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또 조르니
이번엔 핑크색 자전거를 조립해서 선물해 주었어요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봄날의 바람을 맞으며
머리카락이 흩날렸어요
계절의 경계를 걷는 목련
봄비가 내리고 목련의 혀는 길어져요
이제 산책을 많이 해요
강아지와 동행하는 불광천에서
우리의 꿈을 키워가기도 해요
대중교통만 이용할 때 힘들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지겹기도 하지만
뚜벅이 남친은
내가 가꾸고 꿈꾸는 미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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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 2020-여름호 <이 계절의 신작시>에서
* 문진희/ 2019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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