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삼도천 주막/ 이경철

검지 정숙자 2020. 7. 2. 16:45

 

 

    삼도천 주막

 

    이경철

 

 

  부산→ 원산→베를린

  2022년 08월 15일 12:00

  615,000원 11,917km

 

  동해북부선 연결되면

  통일광복열차 타고

  민족 시원 비단길

  내달리고 싶어

  우라시아 횡단열차

  승차권 사놨는데

  저승열차표 됐단다

 

  암 병동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며

  강민 시인이 씨익 웃으면서 보여준 티켓

 

  그동안 고마웠다 꽉 껴안으며

  삼도천 가다 좋은 주막 있으면

  술 한 상 차려 놓겠단다

 

  배고픈 자 술고픈 자

  아낌없이 베풀고

  남은 건 달랑,

  티켓 한 장

  기약도 없는

 

  그리고 삼도천 건너가면서도

  잃지 않는 웃음

  넉살과 여유

 

  그거면 족하리

  이번 생도 그렇고 다음 생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전문-

 

 

  * 미당 제자로 1962년 등단해 문단에서 술 한번 밥 한 끼 안 얻어 먹어본 사람이 얺을 정도로 선배 잘 모시고 후배 잘 챙긴 마당발 시인. 진보며 보수, 학벌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순정한 인간상으로 감싸안은 도저한 휴머니스트로 살다 2019년 8월 22일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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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당문학』 2020-하반기호 <신작시>에서

  * 이경철/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 저서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 『미당 서정주 평전』 『현대시에 나타난 불교』등,  편저 한국 현대시 100년 기념 명시,  명화 100선 시화집 『꽃필 차례가 그대 앞에 있다』 『시가 있는 아침』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