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김지란
물의 표정을 읽는다
바다가 문을 닫는 시기
쓴 울음 삼키던 이들
사리가 되면 새벽바람 지고 갑판에 오른다
바다는 길을 트고
핏속 떠돌던 알코올 갯바람에 녹을 때 즈음
어군탐지기가 점지해준 곳에 닿는다
어망을 던져놓고
바다 가까이 허리를 숙인다
파도의 숨소리가 적힌
펄떡이는 바다의 경전
달빛이 흘려 쓴 법어를 새긴다 젖은 가슴,
몇은 손가락을 보시하고
보름간의 수행은 끝이 난다
세상을 피해 바다로 나갔다가
파도의 아가미를 달고 돌아오는 사람들
물때 맞춰 조금엔 다시 땅에 발을 붙인다
급속 냉동된 탱글탱글한 눈알
바다의 사리舍利들
차가운 경매장 바닥에 가지런히 누워
적멸에 들면
한 말씀 듣고자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사리가 되면
바다 일주문이 절로 열린다
---------------
* 계간 『시마詩魔』 제4호 2020. 06. <시마詩魔 1>에서
* 김지란/ 2016년 『시와문화』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호선 신천역이 이름을 바꿨다/ 배다솜 (0) | 2020.06.24 |
|---|---|
| 습작 노트/ 옥세현 (0) | 2020.06.24 |
| 계약/ 길상호 (0) | 2020.06.24 |
| 빈 방/ 이영광 (0) | 2020.06.24 |
| 불량한 하루/ 김화순 (0) | 2020.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