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52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자 자선 대표시> 中
네가 시인이다
이상호
섣달 그믐날 저녁, 가족들이 모여 오붓하게 옛날 얘기로 꽃을 피우다 눈물 얘기로 번져서 누가 눈물이 더 많았던가 다툼 아닌 다툼으로 시끌벅적대자 여섯 살도 안 된 녀석이 느닷없이 끼어든다.
나는 눈물로 바다를 채울 수 있다.
설움이 뭔지 눈물이 뭔지 알 턱이 없는
녀석의 뚱딴지같은 말에 모두 놀랐지만
그 녀석보다 열 배도 넘게 살아온 나는
눈물이 뭔지 어렴풋 알기에 더욱 놀랐다.
살아갈 터전의 거의 전부가 눈물바다라는
이젠 그리 놀랍지도 않은 번뇌의 바다를
녀석이 너무 일찍 알아챈 것은 아닐까
지나친 짐작도 무거운 짐짝이었으나
눈물로 바다를 채울 수 없어서
나는 울지 않지만 울지 않아서
바다가 더 바다가 되는 곡절을
이제야 알아챈 것이 더 놀랍다.
-전문-
* 심사위원장: 허영자
* 심사위원: 신달자 신중신 강인한 이사라
* 수상시집: 『아픈 것은 너를 외면한다』(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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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인협회 43대 제1차 임시총회 booklet>에서
* 일시: 2020. 6. 5. 오후 4시
* 장소: 문학의집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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