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방
허연
용인 화장터 화구에 당신을 밀어 넣고 온 날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신발처럼
당신이 있던 방에서
반나절이나 엎어져 있었어요
과묵한 후배는 자꾸 어디론가 나가선
소주를 한 병씩 사들고 왔어요
오래 전에 말라죽은 화초들과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만든
손금 같은 무늬와
순장된 유물처럼 흩어져 있는 책들.
돌아갈 때를 놓친 새처럼
당신의 방에 앉아 들어요.
모든 게 분해될 때나 들릴 것 같은
신비스러운 이명耳鳴을
방 한가운데까지 치고 들어온 햇살은 성스럽기만 하고
영혼 한 개
먼지에 섞여 하늘로 올라가는 게 보여요
뭘 챙기고 버려야하는지 그걸 알 수 없어서 우린
자꾸 눕기만 하고
창밖 주인집 사철나무 잎은
계시처럼 반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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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사』2020-봄호 <신작특집>에서
* 허연/ 1991년 시집 『현대시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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