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천장지구(天長地久)/ 이상국

검지 정숙자 2020. 6. 21. 16:30

 

 

    천장지구天長地久

 

    이상국

 

 

  어떻든 세상은 정상이다

  주 오일제가 되고도 송아지 다리는 넷이고

  죽니 사니 해도 주말이면

  사람들은 벌떼처럼 맛집을 찾아나선다

  얼마나 외로우면 댓글주의자가 되었겠니

  다시 학교를 다닌다면

  높은 사부 밑에서 구름과 물소리를 공부하자

  소소한 날들의 헌 마일리지를 모아

  폭설 내리는 날 시뻘건 소 타고

  저항령쯤 들어가거나

  다시 갓 스물이 되어 앳되고 앳되던

  초등학교 때 선생님과 살고 싶다

  생은 대부분 우연이고

  사람은 사람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알던 사람들은 어떤 날 죽기도 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얼마나 심심하면 컴컴한 노래방에 들어가 춤을 추겠니

  살아보니 집은 작은데 비밀번호가 너무 많다

  어떻든 세상은 오래 되었고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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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함께』 2020-여름호 <시 1/ 근작시> 에서

  * 이상국/ 197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달은 아직 그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