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조각에 누군가 내 옛 주소를 썼다
김윤
먹물 선명한
두고 온 내 이름을 보네
전생에 못 받은
저 사발들 물끄러미 나를 보네
뱃머리 삭아내리고
사금파리들 시들고
젖은 목간은 유리벽에 기대어 까치발을 드네
담 옆에 감나무가 서 있던 집
무심한 먹글씨가
옛 주소를 기억하네
정유년 그 집 처마 밑에도
칼끝 같던 현실이 있었구나
숨이 막혀 가슴을 누르며
수저를 드는 저녁
펄 밑에 가라앉은 배를 끌고
손톱이 다 빠진
시커먼 사람 하나가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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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함께』 2020-여름호 <시 1/ 근작시>에서
* 김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지붕 위를 걷다』 『전혀 다른 아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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