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뭇조각에 누군가 내 옛 주소를 썼다/ 김윤

검지 정숙자 2020. 6. 21. 16:39

 

 

    나뭇조각에 누군가 내 옛 주소를 썼다

 

    김윤

 

 

  먹물 선명한

  두고 온 내 이름을 보네

  전생에 못 받은

  저 사발들 물끄러미 나를 보네

  뱃머리 삭아내리고

  사금파리들 시들고

  젖은 목간은 유리벽에 기대어 까치발을 드네

  담 옆에 감나무가 서 있던 집

  무심한 먹글씨가

  옛 주소를 기억하네

 

  정유년 그 집 처마 밑에도

  칼끝 같던 현실이 있었구나

  숨이 막혀 가슴을 누르며

  수저를 드는 저녁

  펄 밑에 가라앉은 배를 끌고

  손톱이 다 빠진

  시커먼 사람 하나가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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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함께』 2020-여름호 <시 1/ 근작시>에서

  * 김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지붕 위를 걷다』 『전혀 다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