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검은 빵/ 전동균

검지 정숙자 2020. 6. 21. 03:26

 

 

    검은 빵

 

    전동균

 

 

  허리를 숙여

  마당의 돌을 하나 주웠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냥 들고 서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나를 때리며 위로하며 멀리 걸어왔지만

  한 발짝도

  내 가슴 밖으로 나가지 못했군요

 

  녹음의 숲을 바라보니

  한껏 사나워진 그늘 속으로

  시베리아 벌판이 펼쳐지고 열차가 달려가고

  화물칸에서도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

  얼어붙은 땅바닥에 무릎 꿇고 입 맞추는 사람들

 

  며칠만의 햇볕이 하도 좋아

  나도 모르게 그만

  내가 한 덩이 빵으로 구워졌으면, 생각합니다

 

  움막 속의 검은 빵

  감춘 눈물의, 응답 없는 기도의,

  그 기도가 구원인

  바보들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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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함께』 2020-여름호 <시 1/ 근작시>에서

  * 전동균/ 1986년 『소설문학』 시부문 등단,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우리처럼 낯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