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쪽창/ 문영하

검지 정숙자 2020. 6. 17. 23:43

 

 

    쪽창

 

    문영하

 

 

  어린 날 몸이 약한 내게 할아버진 참새를 고아서 먹였는데

 

  삼태기 밑에다 곡식을 흩어놓고 새 떼를 유인

  멀리서 긴 줄을 당겨 잡았다는

 

  고모의 얘기를 들은 날부터

  내 몸에서 자꾸 참새 울음소리가 난다

 

  삼태기 속에서 죽을힘으로 날개를 퍼덕거리던,

  한 줌도 안 되는

  저 새를 먹은 죄 스멀스멀 기어올라 얼굴에 짹짹 마구 돋는 열꽃

 

  참새들 아예 내 허파 속에서 둥지 틀고 살며

  배가 고픈지

  종종 나의 장을 후비며, 콕콕 쪼며

  귓속말을 한다

 

  짧은 다리로  콩콩거리지 말고 먼 곳을 바라보라고

 

  내 어깻죽지에 불쑥불쑥 통증이 맺힌다

    -전문-

 

    * (원제: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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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0-여름호 <미네르바문학회 신작시 특집>에서

   * 문영하/ 201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청동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