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유수연
어둠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었지 그럴 때면 나무들이 꼭 옆에 있는 사람 같기도 했다 가리키는 손 같기도 했다
나무들이 나무들에게 얘기해 주고 있었다
"이 아이는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해 잠이 들기를 기다릴까 울어 버리길 기다릴까"
어둠과 걷고 있는 숲길이었다
하늘은 어둠과 잎사귀로 가득했다 새를 닮기도 했고 정말 새들이 서로의 가슴에 부리를 묻고 잠들어 있었다
누구야! 누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어?
"아이야, 아무도 너를 부르지 않았단다 스스로 걸어가는 것이지"
나무에게 나무가 말해 주지 않았다
나무와 나무들이 바라보고 있음을 저 멀리 장벽은 사실 나무와 나무들이었음을 너는 알지 못했어 끝내 나무라는 것을
숲을 나오고서야 알았다 비가 오는 것을
나무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있었지
잘했어,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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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파란』 2020-여름호 <poem>에서
* 유수연/ 2017년 ⟪조선일보⟫로 시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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