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채굴
이도훈
한 입 베어 먹고 잊은 사과에
개미 떼가 붙어 있다.
뜨거운 햇살이었다.
하얀 속살을
침이 흐르도록 베어 문 기억이 선명하다.
그새 사과는 꽤 많은 양의 채굴을 당한 듯 헐렁해졌다.
한쪽 무게를 잃은 지구 내부의
표본 같은 모습이다.
사과는 얇은 껍질에 둘러싸인
달콤하고 신맛 나는 지층
햇볕의 각도를 재는 시시각각의 각도기쯤 될 것이다.
아직 익지 않은 파란 쪽은
햇살을 피해 숨은 달의 뒷면 같은 곳이다.
끝까지 먹어치우지 못한 것들엔
저렇게 검은색이 묻는다.
껍질이 허물었으면
그 알맹이를 남기지 말 일이다.
사과는 여름 내내 태양을 채굴한다.
그 일로 태양은 가끔 흐린 날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과를 채굴하는
잠시의 존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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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펀』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이도훈/ 2015년 『시와표현』으로 & 2020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맑은 날을 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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