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별보기 외 1편/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20. 4. 29. 00:21



    별보기 · 1 외 1편


    문효치



  하늘에 떠 있을 때보다

  떨어진 별이 더 아름답다

  가령, 이름 없는 풀잎의 이슬에 내려

  외로움으로 꿋꿋한 풀대

  그 속을 흘러다니는 미세한

  술픔이 입자를 마시고 있을 때


  혹은, 궁벽한 시골의 샘

  저 깊고 아득한 곳

  어둠이 지쳐 통증으로 솟아나는

  땅속 그 애달픔에 사라앉아 있을 때

  별을 더욱 아름답다

 

  떨어지는 모든 것이

  다 절망일 수는 없다

  가장 낮게 낮게 내려

  오히려 더 빛나는 별을 본다

    -전문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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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시

    -누카다노 오오기미額田王 



  지금도 달이 뜨면

  그대의 배는 출항을 하지


  달의 옆구리에

  작은 항구가 열리고


  지금도 달이 뜨면

  그대는 달 위로 상륙을 하지


  둥근 도르래에 감겨 있던

  기억의 줄기들이 풀려서 다가오고

  양옆에 붉은 등처럼

  감이 익을 때


  긴 길의 끝에서는

  자주색 두루마기의 남자가

  오고 있지


  누카다노 오오기미여

  황혼의 노을이 지는

  만엽집 책장 위에

  생황의 음률이 넘어가지


  지금도 달이 뜨면

  그대는 언제나 그 속에서 웃고 있지

    -전문 (p.57)



    *누카다노 오오기미: 백제 귀족의 딸. 만엽집에 10여 수의 시가 실려 있다.


  

   2014. 12. 27.《더데일리뉴스》: 시인을 설명하려면 문단역사의 아픔을 통째로 짊어져야 했던 집안 내력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도 책을 출간할 정도로 선비였고, 지역유지였으며, 부친 또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연희전문을 졸업한 인텔리에 시를 썼다./ 하지만 6·25를 정점으로 집안이 몰락하는데, 아버지의 월북 사실을 몰랐던 시인의 젊은 날은 고스란히 가시밭길이었다. 연좌제가 있는 줄도 몰랐던 시인은 취직이 안 되고 늘 보안사나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시대의 아픔 앞에서 시인은 항변은커녕 울분을 안으로 삼키는 수밖에 없어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당시 불안과 위기감, 초조, 울분의 정신적 충격이 누적되어 화병이 깊어졌다고 한다. 34킬로그램의 청년은 아침에 나가면 무사히 돌아올 자신이 없어 죽음의 공포에 짓눌렸던 시기가 10년이나 지속되었다고 회고한다./ 헤어날 수 없었던 청, 장년기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독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시를 써야 했던 것, 쇼펜하우어를 읽고 노자를 읽으며 위로를 얻었던 시인의 첫 시집은 죽음을 주제로 한 시들이 많다. 죽음을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는 심리와 불안한 공포 심리를 노출해서 덜어보려는 마음, 허무주의에 빠진 시가 첫 시집에 수록되어 있다. (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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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집『각시붓꽃』에서/ 2015. 5. 20. <지혜> 펴냄

  * 문효치/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연기 속에 서서』 『남내리 엽서』『칠지도』등 , 시전집『문효치 시전집』, 시선집『저기 고향이 보이네』『대왕암 일출』등, <정지용문학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