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치유되지 않는 슬픔/ 남태식

검지 정숙자 2020. 4. 28. 02:10

 

    치유되지 않는 슬픔

 

    남태식

 

 

  기미가 있었던가.

 

  첫 번째 터널을 지나니

  들어서기 전까지 전혀 기미가 없던 하늘이

  비를 뿌렸다.

 

  게릴라성 소나기려니 금세 지나가려니 하고

  두 번째 긴 터널을 지났더니

  비는 호우로 바뀌어 있었다.

 

  갈까 멈출까 고민하다가

  세 번째 터널까지 지났는데

  비는 드디어 장막을 쳤다.

 

  슬픔은 이렇게 소나기처럼 와서

  터널에서처럼 잊히다가

  터널을 지나면서 점점 더 거세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치유되지 않은 슬픔은 더 그렇다.

 

  이제 그만 하자고?

 

  기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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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상처를 만지다』에서/ 2020. 3. 20. <리토피아> 펴냄

   *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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