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되지 않는 슬픔
남태식
기미가 있었던가.
첫 번째 터널을 지나니
들어서기 전까지 전혀 기미가 없던 하늘이
비를 뿌렸다.
게릴라성 소나기려니 금세 지나가려니 하고
두 번째 긴 터널을 지났더니
비는 호우로 바뀌어 있었다.
갈까 멈출까 고민하다가
세 번째 터널까지 지났는데
비는 드디어 장막을 쳤다.
슬픔은 이렇게 소나기처럼 와서
터널에서처럼 잊히다가
터널을 지나면서 점점 더 거세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치유되지 않은 슬픔은 더 그렇다.
이제 그만 하자고?
기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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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상처를 만지다』에서/ 2020. 3. 20. <리토피아> 펴냄
*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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