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공식
남태식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피듯
꽃이 진 뒤에
잎이 뒤는게 돋듯
이별 전에
이별이 있었고
이별 후에
이별이 있었다.
바람이 오기 전에
눕는 풀처럼
바람이 지난 뒤에
굳는 뿌리처럼
머물 수가 없어서
서둘러 울고
오래 아팠지만
망각은 없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주목하건대 시인에게는 "이별"에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상처는 있지만, 상처를 "망각"으로 돌리려는 회피 의식은 결코 없다. 시인은 "오래 아파" 하는 것이 "이별"이며, 이별은 이별 후後이건 이별 전前이건 늘 주변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인에게 "이별"은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피듯// 꽃이 진 뒤에/ 잎이 뒤늦게 돋듯" 결국 내게로 엄습嚴襲하는 자연현상에 가깝다. 이와 같은 시인의 "이별의 공식"을 이해한다면, 이별의 '상처'는 외면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된다.(p. 시 36/ 론 137)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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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상처를 만지다』에서/ 2020. 3. 20. <리토피아> 펴냄
*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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