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이별의 공식/ 남태식

검지 정숙자 2020. 4. 28. 02:04

 

    이별의 공식

 

    남태식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피듯

 

  꽃이 진 뒤에

  잎이 뒤는게 돋듯

 

  이별 전에

  이별이 있었고

 

  이별 후에

  이별이 있었다.

 

  바람이 오기 전에

  눕는 풀처럼

 

  바람이 지난 뒤에

  굳는 뿌리처럼

 

  머물 수가 없어서

  서둘러 울고

 

  오래 아팠지만

  망각은 없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주목하건대 시인에게는 "이별"에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상처는 있지만, 상처를 "망각"으로 돌리려는 회피 의식은 결코 없다. 시인은 "오래 아파" 하는 것이 "이별"이며, 이별은 이별 후이건 이별 전이건 늘 주변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인에게 "이별"은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피듯// 꽃이 진 뒤에/ 잎이 뒤늦게 돋듯" 결국 내게로 엄습嚴襲하는 자연현상에 가깝다. 이와 같은 시인의 "이별의 공식"을 이해한다면, 이별의 '상처'는 외면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된다.(p. 시 36/ 론 137)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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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상처를 만지다』에서/ 2020. 3. 20. <리토피아> 펴냄

   *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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