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외 1편
김정수
미역국 대신 비타민 한 알 챙겨 먹고
야간자율학습하는 딸
마중을 간다 너무 빨리 도착한 손이 문자를 읽고
차 한 대 없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태어난 날 교문 앞에서 기다려주는 것
친구들이 해준 과자목걸이 주렁주렁 매달고 나타난 딸과
종종 아빠가 자가용을 태워준다는 친구를
골목 입구까지 택시로 데려다주는 것 그리하여
자꾸 차를 얻어 타기 미안해
오늘은 그냥 버스 타고 갈래요 하던 딸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덜어주는 것
엄마가 끓여 준 미역국을 먹지 않고 등교하여
급식으로 나온 미역국을 안 먹었다는 말에
바지 주머니 속 손수건 만지작거리다가
슬며시 잡아본 딸의 손이
생크림케이크처럼 보드랍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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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Boomer
느지막이 일어나
이른 아침에 출근한 아내의 옷을 다리다가
이 나이에
이 시간에 이래도 되나
잠시 멍한 사이
열린 문으로 불쑥, 쳐들어온 가스 검침원에
속살을 들킨 후
내일 입고 나갈 아내의 옷을 다려도
화르락 펴지지 않고
시 한 편 보내봐아 문학잡지 1년 정기 구독
시집 한 권 내봐야 시인들의 품삭이
우편발송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시행 1년이 가까워도
'김영란법'에 걸린 사람 아무도 없고
휴가 복귀하던 날
적자에도 연봉 올려준 건
알아서 나가라는 이야긴데
시 쓰는 사람이 드리 행간을 못 읽느냐는
퇴고조차 안 되는 황망에
흥건히 물 뿌려 다려도
귀에 고인 슬픔 퍼지지 않고
학교에 간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자라고
그래도, 늦은 아침
찬물에 말아 먹고
한 끼 밥도 안 되는 시를 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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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홀연, 선잠』에서/ 2020. 4. 26. <시작> 펴냄
* 김정수/ 1963년 경기 안성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서랍 속의 사막』『하늘로 가는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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