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하는 말 외 1편
동시영
시는 사람들이 아직 없었을 때도 있었지
들꽃들이 노래하고
천둥이 시를 쓰고 바람도 시를 썼지
시는 시가 오래된 율법으로 쓰게 하는
대지를 비추는 신성의 등불이지
시는 먼지 없는 말
시 쓰기는 말 닦아내기
말엔 사람들이 쓰다 두고 간
빈 방이 가득하고
무수한 먼지가 달려 있지
사람들이 억만년이나 쓰다 놓고 간
말들을 청소해야 해
말의 벽엔 시가 가득 쓰여 있지
시는 영원의 가지에 나부끼며
갈대숲에도 족제비 털에도 스며들었지
호수가 써 놓고 버들가지가 써 놓았지
종달새가 써 놓고 귀뚜라미 소리가 써 놓았지
- 전문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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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무얼 사하라는 것이냐
죄라도 모두 사하라는 거냐
사막에 와
하고픈 말 찾아간다
머뭇하다가
그냥 말 못하는 말
그대로 말 못하고 까맣게 잊혀간다
쓸리고 쓸리는 사막의 말씀
사하라 사하라 모두 사하라
표표한 현현
여기 해가 지고 있다
철철 싸르 싸로락 따락
사막이 따르는 영원주 한 잔
커이커이 넘겨 보아라
- 전문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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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일상의 아리아』에서/ 2020. 4. 10. <시와시학> 펴냄
* 동시영/ 2003년 『다층』등단, 시집 『신이 걸어주는 전화』『십일월의 눈동자』『시간의 카니발』등, 저서『노천명 시와 기호학』『한국 문학과 기호학』『여행에서 문화를 만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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