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일상의 아리아/ 동시영

검지 정숙자 2020. 4. 26. 12:51



    일상의 아리아


    동시영



  삶의 소음은 신성의 목소리

  가장 살아있는 삶의 몸뚱이

  일상의 노래, 소음 한 떼가

  새 떼보다 빠르게 어디론가 날아간다

  웃음으로 넘치는 샘물

  연인들이 오늘 위를 춤추며 걸어간다


  골목 한쪽이

  벗었다 입히는 옷처럼

  다시 사람들로 가득해진다


  꽃들은 쉼 없이 웃어주려고

  꽃잎 한 쪽에 웃음을 쓰윽 발라두고 있다

  말들이 사람들 입가로 달려가 다시 또

  구름처럼 피어나고 있다


  오랜 빈손처럼

  신의 말은 고요하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동시영 교수의 전공인 기호학으로 풀면, 등위 접속어의 연속 법칙을 일탈(deviation)하는 형식주의 시학의 낯설게 하기(singularization)의 기법이다.즉, 등위 접속어, "그리고, 그러나", "혹은" 등으로 연결되는 말들이나, 같은 구문의 접속어들, 예를 들면, 시저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같은, 동일 구문의 반복은 중복되는 말의 내용이나 의미, 종류에서 같거나 비슷한 계열의 것들을 나열해야 한다는 문법적 어법의 "표준기준(paradigmatic standard)"이 있다./ 예를 들어, "왔노라, 보았노라, 비 왔노라" 하면 말이 안 된다. 같은 계열의 뜻과 말을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의 "표준 기준"을 "비 왔노라"라는 말로 일탈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소쉬르(Saussure)의 언어학 이후, 프랑스, 쟝 꼬앙의 구조론(Jean Cohen: Structure du langage Poetique, Paris, Flammarion, 1966)" 등, 기호학에서 많이 이야기 된 이론이다./ 이런 의미 구조의, 일탈이나 낯설게 하기 기법은 보다 차원 높은 의미의 심화와 상징성을 유발한다. 동시영의 시가 기발하고 참신한 것은 기호학적 시어의 구조에 대한 지식과 확신에 바탕한 이미지의 비약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p. 시 13/ 론 92-93)  (민용태/ 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스페인 왕립한림원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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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일상의 아리아』에서/ 2020. 4. 10. <시와시학> 펴냄

   * 동시영/ 2003년 『다층』등단, 시집 『미래 사냥』『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비밀의 향기』등, 저서『노천명 시와 기호학』『한국 문학과 기호학』『현대 시의 기호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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