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공산성의 들꽃/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20. 4. 25. 21:42



    공산성의 들꽃


    문효치



  이름을 붙이지 말아다오

  거추장스런 이름에 갇히기 보다는

  그냥 이렇게

  맑은 바람 속에 잠시 머물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즐거움


  두꺼운 이름에 눌려

  정말 내 모습이 일그러지기 보다는

  하늘의 한 모서리를

  쪼금 차지하고 서 있다가

  흙으로 바스라져


  내가 섰던 그 자리

  다시 하늘이 채워지면

  거기 한 모금의 향기로 날아다닐 테니

  이름을 붙이지 말아다오

  한 송이 '자유'로 서 있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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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각시붓꽃』에서/ 2015. 5. 20. <지혜> 펴냄

   * 문효치/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연기 속에 서서』 『남내리 엽서』『칠지도』등 , 시전집『문효치 시전집』, 시선집『저기 고향이 보이네』『대왕암 일출』등, <정지용문학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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