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어리신 어머니/ 나태주

검지 정숙자 2020. 4. 24. 02:19



    어리신 어머니


    나태주



  어머니 돌아가시면

  또 다른 어머니가 태어납니다


  상가에 와서 어떤 시인이

  위로해주고 간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부디 제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

  어리신 어머니로 자라주세요


  저와 함께 웃고 얘기하고

  먼 나라 여행도 다니고 그래 주세요

    - 2019. 2. 16.-    



  인의 산문> 한 문장: 전통적으로 우리의 서정시는 정태적이면서 자성적인 요소를 강조해 왔다. 그것은 오랫동안 우리의 삶이 그러했고 시대상이 그러해서 그랬을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일관되게 농경민으로 살아왔으며 유교를 신봉하면서 살아서 그러할 것이다./ 그것은 나의 시를 두고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나의 시는 매우 정태적이고 고요하며 반성적인 세계를 다루어 왔다. 시를 쓰더라도 방안에서 조용히 앉아서 쓰는 시였다. 비록 능동적인 삶을 반영하더라도 삶의 행위가 멈춘 뒤에 반추하면서 쓰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중국의 당시 이후 모든 서정시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서정시의 모범 자체가 언어로 그린 그림이었고 정지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신문학사에서 명작이라고 꼽히는 시들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시들이 동작이 그치고 삶이 멈추어진 상태에서 나온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의 삶의 패턴이 달라졌다. 한 자리에 고착되어 사는 삶이 아니고 움직이며 사는 삶이다. 나아가 떠돌면서 사는 삶이다. 비록 농경에 종사하는 사람일지라도 예전처럼 고요하게 멈추어서 살 수만은 없는 세상이 되었다. (p. 시 137/ 론 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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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어리신 어머니』에서/ 2020. 3. 31. <서정시학> 펴냄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첫 시집 『대숲 아래서』출간 후 『너에게도 안녕이』까지 44권, 산문집 『시골 사람 시골 선생님』외 6권, 소월시문학대상 등 다수 수상, 現 공주 풀꽃문학관(설립) & 한국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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