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위한 목적어 침대
함기석
새가 난다
쉴 곳을 찾아 도시 상공의 1연을 난다
다음 문장의 공원으로 날아간다
도착해 보니 도축장이다
다음 문장의 놀이터로 날아간다
도착해 보니 사격장이다
포수가 총을 들고 서 있다
새는 놀라 도망친다
새가 운다
날개 아픈 새가 쉴 곳이 없어 운다
병원 창가 2연에서 휠체어 탄 아이 코코가 바라본다
외로운 새에게 말한다
외톨이 새 아무야 울지 마! 새가 날면 주어가 날아
얼룩말이 날고 주전자가 날아
우체통도 날고 집도 나무도 젖소도 함께 날아
새가 웃는다
지친 새가 구름 옆의 3연에서 웃는다
아이는 새를 위해 선물을 놓는다
까마득한 공중에 살며시 목적어 침대를 놓는다
침대 곁에 풍금을 놓고 나팔꽃 화분을 놓는다
새가 환하게 웃는다
코코에게 고맙다고 윙크하고는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 달콤한 잠에 빠진다
새가 잠든 사이
나팔꽃 속에서 하얀 손이 나와 풍금을 연주한다
음악에 맞춰 핑 퐁 핑 퐁
젖소들이 나무들이 바람과 춤추고
침대 끝에서 새의 꿈이 하얗게 흘러내린다
새장 같은 아이의 병실 창밖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5연의 연못으로
방울방울 파문을 그리며 떨어진다
-전문-
해설> 한 문장: 함기석 시인은 '언어-사물'의 행복한 조화(정지 마찰)